어느 무신론자의 기도


하나님

당신의 제단에

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

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.


그러나 하나님

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

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

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

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


, , ,


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

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

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.


아!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

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

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

허락해 주시겠습니까.


하나님.


* 70년 넘게 무신론자로 살다가 지금은 하나님의 자녀로 겸손하게 살고 계신 이어령 선생님의 고백입니다. 새 해를 맞으면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고백입니다.

  김목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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